[조직을 망치는 회의] 회의 소집하기 Part 2
지난 글에서 회의 주제를 정할 때, 회의 참가자를 정할 때 해야하는 것과 하지말아야 하는 것을 정리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회의 시간을 어떻게 정하는지, 또 회의 공지는 어떻게 해야할 지 다뤄보겠습니다.
3. 시간 정하기
회의의 시작과 종료는 반드시 정해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회의는 시간, 특히 끝나는 시간을 정하지 않기 때문에 엉망이 되곤 합니다. 시간을 꼭 정하세요. 언제 끝날지 정해지지 않은 회의는 회의가 아닙니다. 이는 잡담, 혼란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참가하는, 혹은 주재하는 회의가 엉망이라고 생각해서 개선을 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할 지 모르겠다면, 시간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정해진 시간에 회의를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반드시 회의를 끝내세요. 가능한 회의를 짧게 끝내세요. 연장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회의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세요.
회의 시간: 회의가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지. 이를 정해두지 않는 회의는 망하기 쉽다.
회의 시간대 역시 중요합니다. 모두가 바쁘게 일할 때나, 모두가 피곤한 시간대는 피하세요. 식사 전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회의 뒤에 일을 이어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회의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식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회의가 연장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회의가 끝난 뒤 퇴근할 수 있도록 시간대를 설정하는 것도 좋지만, 혹시나 연장될 수 있는 회의라면 퇴근 직전에 회의를 하는 것은 피해야겠죠.
주제가 비교적 가볍고, 구성원 모두가 동의한다면 식사와 함께 회의를 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업무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는데, 식사시간은 어쨌든 개인적 시간이기 때문에 식사와 회의를 함께 하실 때는 개인이 불편하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 좋은 회의 시간: 참가자 모두가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이고, 모든 참가자가 제시간에 참여해서 정해진 시간 전에 회의가 끝난다.
- 나쁜 회의 시간: 일부 참가자는 억지로 짬을 내어서 참여했으며, 회의가 연장되어서 참가자들의 업무에 영향을 준다.
- 조직을 망치는 회의 시간: 정해진 시간대는 없고, 대부분의 참가자가 지각한다. 회의는 아주 길게 연장되며 참가자들의 피로는 극에 달한다.
조직을 망치는 회의 시간들
- 조직 F는 가끔 10시간이 넘어가는 회의를 진행합니다. 회의가 언제 끝날지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모두가 지쳐서 포기할 때까지 회의는 계속됩니다. 뒤에 수많은 추가회의와 논의가 잇따라야 안건이 제대로 정리됩니다.
- 조직 G의 한 팀은 매일 5인 규모의 회의를 엽니다. 점심시간 직후 15분 미만의 회의였는데, 2시 전에 회의를 끝내자고 정했지만 회의를 언제 시작할 지 정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결국 그 팀 전체는 한시부터 회의가 시작될 때까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언제 회의가 시작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4. 공지하기
주제도, 참가자도, 시간도 정했습니다. 이제 이 회의를 공지하기만 하면, 길고 긴 사전 작업은 끝입니다. 회의를 공지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업무 알림 중 하나니까요. 회의를 공지하는 건 기본적으로 위에서 정한 것들을 알리고, 필요한 부수적 정보를 추가하는 일입니다. 위에서 정리한 주제, 참가자, 시간은 필수 정보, 이외의 것은 기타 정보라고 보시면 됩니다.
회의 공지: 회의 주제, 참가자, 시간과 함께 부수적인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게 하는 일.
공지 방식은 조직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을 쓰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만 기록이 확실하게 남는 방법을 사용하시는 게 낫겠죠. 구두로 의사를 물었다면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를 통해 흔적을 남겨야합니다. 모든 사람이 메모를 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Calendar App 초대장을 보내는 겁니다. iCal도 좋고, Google Calendar도 좋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혹은 구글계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메일을 받고 바로 일정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공지는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합니다. 왜 이 회의가 열리게 되었고, 회의에서 논의할 것은 무엇이며, 어떤 사람이 참가할 것이고, 언제 열릴 것이다. 회의 공지가 일방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주제를 조정할 수 있고, 참가자를 조정할 수도 있죠. 물론 시간두요.
공지를 할 때 부수적인 자료를 추가하는 것도 좋습니다. 선호하는 시간대를 고를 수 있게 한다던지 (다양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간단한 투표를 통해 사전 의견 조사를 하면 (역시 다양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회의에 도움이 되죠.
주제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료가 긴 보고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한 줄의 설명도 좋고, 관련 뉴스 링크를 첨부해도 좋습니다. 혹은 소집자의 의견을 간략하게 적어도 좋습니다. 어떻게든 소집 대상의 이해를 도울 수 있으면 됩니다.
다만 모든 것을 공지에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뉴스레터가 아니라 회의 공지일 뿐이니까요. 보통 저는 주제는 제목과 본문에서, 참가자는 받는이에서 확인하게 하고, 시간을 구글 캘린터 투표를 통해 정하도록 하고, 필요하면 설명을 덧붙입니다. 이러면 3~4줄이면 이메일이 끝납니다. 모호하거나 알고싶은 게 더 있다면 얼마든지 전체답장(reply-to-all)을 해도 괜찮다고 적어 사전논의도 열어놓습니다. 제가 빼먹은 게 있다면 여기서 보통은 잡히고, 회의는 순탄하게 시작됩니다.
- 좋은 회의 공지: 회의 공지가 회의 주제, 회의 참가자, 회의 시간 등 필요한 정보를 갖추고있다. 일정관리를 하기도 용이하고, 필요하면 사전 토의도 가능하다.
- 나쁜 회의 공지: 필요한 요소(주제, 참가자, 시간)은 갖춰져있지만 공지가 친절하지 못하다. 주제를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전토의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메일이 지나치게 길거나 짧다.
- 조직을 망치는 회의 공지: 갑자기 전화나 메신저로 “오늘 회의를 해야해!”라고 알려온다. 필요한 요소의 전체, 혹은 일부가 빠져있다. 사전 토의는 불가능하며, 참가자의 일정에 큰 영향을 준다.
조직을 망치는 회의 공지들
- 팀장 H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다른 회의를 소집합니다. 보통 이런 회의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먼저 이루어진 회의가 3시간 동안 이어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참가자들은 이 회의가 열릴 걸 예상하지 못했고, 많은 걸 논의했던 먼젓번 회의 결과가 아직 정리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회의 생산성은 극도로 낮아지죠. 심지어 먼젓번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팀원들은 회의에 초대받지도 못했습니다.
- 조직 I는 일요일 밤에 갑자기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주제, 참가자, 회의 시간은 설명하지 않고 몇시간 뒤에 회의를 하자, 이게 끝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런 소집을 좋아할 이유는 없죠.
이번 포스트에서는 회의 시간을 정하는 방법과 회의를 공지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회의 진행을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