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이 모인 조직은 반드시 회의를 합니다. 모두가 양복을 입고 심각한 주제를 토의할 수도 있고, 서로 맥주를 하나씩 들고 티비를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죠. 조직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것을 회의라고 부릅니다.

회의: 조직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사람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것.

어떤 회의가 좋은 회의고, 어떤 회의가 나쁜 회의이며, 어떤 회의가 조직을 망치는 지를 제 경험을 토대로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이 글은 모두 1) 회의 소집하기, 2) 회의 진행하기, 3) 회의 끝내기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있습니다. 한 글은 3 ~ 4 개의 소주제로 구성됩니다. 어떤 것을 하면 회의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어떤 것을 하면 생산성이 낮아지는지 예제를 중심으로 적어보겠습니다.

1. 회의 소집하기

회의를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 회의를 소집해야 합니다. 회의를 소집하는 단계는 전체 단계 중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아무리 구성원이 뛰어나도, 아무리 주제가 간단해도 회의가 제대로 소집되지 않는다면 회의의 효율은 무척 낮아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의를 소집해야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주제 정하기 - 참가자 정하기 - 시간 정하기 - 공지하기의 순서로 실제로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해야할 일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풀어보겠습니다.

1. 주제 정하기

회의를 소집하기 전에 반드시 회의 주제를 정해야 합니다. 이때 회의 주제를 정하는 건 이번 회의에서는 이것을, 그리고 이것만을 토의할 것이다. 라고 약속하는 일입니다.

회의 주제: 회의에서 이야기할 한정된 대상. 뚜렷할 수록 좋다.

회의 주제는 간단하고, 명료해야하며, 너무 넓으면 안됩니다. 회의 주제는 명확하고 뚜렷할 수록 좋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프로젝트의 방향을 논의한다”보다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담당자와 진행 기간, 투입할 예산과 예상 결과를 정한다”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범위를 너무 좁게 잡으면 회의 도중에 주제를 넓혀야 할 수 있으니 최대한 회의 내용을 미리 생각해보면서 주제를 짜는 게 좋습니다. 주제는 가능하면 바뀌지 않는 것이 좋고, 또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회의 주제가 바뀌어 바뀐 주제에 대해 합의를 한다면 그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회의 결과가 다수에 의한 폭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의 두번째 예시를 주제로 열린 회의 도중에 “불가피하게 디자인팀이 협력해야 한다”라는 것을 깨닫고 디자인팀의 협력을 기정사실화해버리면 디자인팀은 억울할 수밖에 없겠죠.

주제는 그 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에게 과중한 책임을 전가하는 주제, 리더가 결정할 문제를 다수에게 결정시켜 리더의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리더십의 부재를 널리 알릴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피로감도 증가합니다.

  • 좋은 주제: 명료하고, 뚜렷하며, 회의 전, 후에 의미가 똑같은 주제.

  • 나쁜 주제: 모호하고, 이해하기 힘들고, 긴 설명을 들어야 겨우 이해가 되는 주제.

  • 조직을 망치는 주제: 회의 시작과 함께 정한 주제. 회의가 끝나도 무엇에 대해 이야기했는지 잘 모르겠는 주제.

조직을 망치는 주제들

  1. 조직 A는 정기적으로 몇 주에 한 번씩 20명 규모의 회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주제는 미리 정해져 공지되지 않았고, 회의 시작 10분 전 쯤에야 겨우 확정되어서 회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알려집니다. 아무도 주제에 대해 생각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양질의 아이디어는 회의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 조직 B는 이따금씩 아무런 예고도, 설명도 없이 회의를 엽니다. 열성적인 리더가 대뜸 단체 카톡방에 무언가에 대해서 의견을 묻는가 싶더니 회의를 열어버립니다. 오늘 어디서, 내일 어디서 보자. 리더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는 회의에 가서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3. 조직 C는 가끔 열시간이 넘게 회의를 했습니다. 보통은 아주 간단한 결정을 내리면 되는 일이었는데, 리더가 결정을 내리는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모두가 만장일치를 할 때까지 회의가 이어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런 주제는 애초에 회의에 올라와서는 안되고, 회의에 올라오더라도 구성원이 의사 결정을 거부해야합니다.

2. 참가자 정하기

회의 주제를 정했다면, 참가자를 정해야 합니다. 회의 참가자를 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회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 사람, 회의 결과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사람을 추려서 초대하면 됩니다. 참가자는 관전자와 다릅니다. 참가자는 발언권이 있고, 관전자는 아닙니다.

회의 참가자: 회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 사람, 회의 결과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사람. 관전자와 달리 회의 발언권이 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회의가 기획 회의라면 당연히 기획자가 초대될 것이고, 회의 결과에 따라 실무진들이 영향을 받을 테니 실무진들도 초대되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회의 주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영진이 있다면 역시 초대되야 하겠죠 (물론 경영진이 회의에 도움이 된다면요). 회의에 경중에 따라 대표자만 추려서 초대해도 되고, 아니면 다과를 준비해서 전체를 초대해도 되겠죠.

참가자는 가능한 적게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회의가 난잡해질 테니까요. 실무진은 대표와 업무 담당자만 초대하고, 굳이 발언권을 가질 필요가 없는 사람은 참가자가 아니라 관전자로 초대하는 방법을 통해 참가자를 줄입시다.

조직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주제를 잘 설정했다면 발언권자는 10명 이하가 될 겁니다. 10명 이상의 회의는 보고회의, 브레인스토밍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회의 참가자는 많을 수록 회의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모두가 당신처럼 주제에 관심이 있지는 않으니까요. 제 경험상 자유롭게 대화하는 회의는 6명 이상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한 명의 리더가 강제로 참가자를 집중시킬 수 있는 한계는 5명 정도입니다.

회의 인원을 줄이기 위해 회의를 쪼갠다면, 큰 그림을 이야기하는 회의를 먼저 하고, 작은 디테일을 이야기하는 회의를 나중에 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큰 그림은 충분이 추상적이여야 하며, 앞선 회의 때문에 이어지는 회의가 “결론에 도달하기 불가능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 좋은 참가자: 회의 주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적당한 인원이 초대되어서 의사소통이 원할하다.
  • 나쁜 참가자: 관심은 없지만 일단 의자에 앉아있다. 가끔 툭툭 던지는 말 때문에 설명을 계속 반복해야한다.
  • 조직을 망치는 참가자: 주제에 무관한 업무를 하고 있다. 계속 추가 설명을 요구하지만 결국 이해는 하지 못한다. 아무도 이 사람이 왜 여기있는지 모른다. 이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회의는 끊임없이 길어진다.

조직을 망치는 참가자들

  1. 조직 D는 작은 조직들의 대표자가 모인 집단입니다. 이들은 한달에 적어도 한 번은 회의를 하는데, 이때 회의 참가자가 불참하면 대리인을 보내는 것을 허용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대리인이 종종 회의 관련 지식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 참가자와 친분이 있는 일반인이란 겁니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어 모든 내용을 풀어서 설명해야 회의 내용을 겨우 알아듣지만, 사실상 쓸모있는 의견을 내지는 못합니다.
  2. 조직 E는 특이하게도 투표권은 분리되어 있는데 투표권에 따라 회의를 분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팀장급 회의”와 “일반 사원 회의”가 한 자리에서 이루어지는데, 일반 사원들은 팀장급 회의 안건에 투표권이 없는 겁니다. 한 자리에서 모든 걸 논의하기 때문에 모두가 초대되는데 팀장급 사안이 논의될 때는 다른 모든 사람은 그저 몇 시간동안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회의 주제를 정하는 방법과 회의 참가자를 정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시간 정하기공지하기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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