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napshot of myself
최근에 “너 좀 변한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열거식으로 나열해본 일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론 제가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고 그 즈음 그냥 스트레스와 짜증 때문에 저 자신도 동의하지 않는 말을 많이 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그 열거가 꽤 재밌었어서요, 한 번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압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재밌구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계속 변할테니까, 현재의 기록을 남겨놓고 미래에 가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요.
다른 사람한테 저를 소개할 때 아주 아주 상세하게 소개할 수 있는 것도 꽤 신나는 일일 것 같아요. 이 글을 보여주면 사실 좀 질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해서 그런 목적으로 써먹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아무튼 시작해보겠습니다.
자본주의/시장경제/자유어쩌구저쩌구는 차악의 선택이다.
저는 지금 시스템이 매우 꼽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과잉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이 불균형 문제는 이 시스템에 내재적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더 좋은 시스템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아는 한 가장 덜-나쁜 대체재인 것 같긴 합니다.
더 많은 과세, 더 많은 복지는 옳다.
저도 세금 내기 꼬와요. 돌려받을 수 있는지 말이 다들 다른 국민연금 내는 것도 불안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도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옳습니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들은 소득이 더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합니다. 더 많은 복지도 옳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어요.
더 큰 정부, 더 많은 규제는 옳다.
시장은 무도덕합니다.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도덕이라는 것이 없어요. 시장의 선은 더 많은 이익일 뿐인데, 이게 도덕적이니 부도덕하니 이야기하는 것은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무도덕하기 때문에 모든 방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거고,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법의 구멍을 계속해서 찾아내려고 할 겁니다. 제 생각엔 그들에게 도덕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그냥 규제를 많이 만드는 게 결과적으로 더 도덕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효과적일 것 같아요. 자본과 시장이 인간을 착취하고 혹사시키지 않도록 끝없이 큰 정부가 일해야 합니다.
한국 국회의원 300명은 너무 적다.
한국 인구가 대충 50,000,000이라고 치면 국회의원 한 명이 16만 명을 대변하게 됩니다. 저는 저의 대변인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담당하고 있길 원하지 않아요. 백배는 늘려야한다고 생각해요. 직원이 삼만명인 회사가 돌아갈 수 있다면 국회도 삼만명이어도 돌아가지 않을까요? 좀 생산적으로 일하면. 아님말고요.
현재의 선거제는 이상하다.
정말루요. 진짜 이상해요. 1인 1표를 행사해서 최다득표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선거제는 이상합니다. 더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투표방법이 굉장히 많이 개발되었어요. 지금보다 더 나은 선거제를 도입해야합니다.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다.
엘리트주의적인 생각인 걸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말로 이렇게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본인들에게 피해를 끼칠 후보에게 투표합니다. 논리는 이 후보는 이 지역 출신이라 .. 저 후보의 당대표가 싫어서… 이런 논리로요. 저는 이것이 정말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하다.
인터넷에 보이는 세상은, 뉴스와 유튜브에 보이는 세상은 정말 험악한 것 같은데 저는 현실의 사람들은 훨씬 따뜻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현실의 사람들을 대할 때 이 사람들이 내게 친절하고 나를 도와주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제하는 편입니다.
사람들은 이기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
경제는 모든 사람이 이기적일 것을 전제해요. 그래서 위 두 명제는 동치라구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별로 이기적이지 않더라고요.
기업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ㅋㅋ 경영을 하지 않는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 보면 ‘뭐래 ㅋㅋ’ 싶어요. 지금도 헛웃음 짓는 중. 기업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면, 예를 들어, 시장에서 같은 월급으로 더 유능한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소수자 채용을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했겠죠? 기업을 경영하는 아저씨 아줌마들 다 이상해요. 딱히 냉철하고 차가운 이성과 합리에 기반해서 경영하지 않아요. 막 엄청 대기업이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한국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두.. 딱히 경제적이지도 않고 이기적이지도 않고 뭐 이타적이지도 않은 것 같음.. 그냥 제가 점심 메뉴 정하듯이 경영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
한국 정치권은 여러모로 쫄보다
낙태는 당연히 범죄가 아니여야죠. 미혼여성이 출산할 수 있어야죠.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어야죠. 저는 정말 정치하는 사람들이 개쫄보라고 생각합니다. 낙태 비범죄화는 결국 국회가 하지 않아서 헌재로 넘어갔는데, 비범죄화 하고 나서 사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언론이 떠들썩했거나 사람들이 떠들썩하지 않았거든요. 나머지도 사실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쫄보새끼들.
나는 타인에게 친절해야한다. 스팸전화 받을 때도..
저는 짜증이 좀 많은 편이라서 항상 유념하려고 합니다. 특히 자다가 스팸전화 받았을 때 그냥 뚝 끊지 않고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말하려고 아주 열심히 노력해요. 사실 최근까지 스팸전화는 친절 대상에서 빠져있었는데 친구 어머니가 스팸 전화 받으시고 난 다음에 그들도 사람이니까 친절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거 보고 감동받아서 따라하고 있어요.
사람은 고쳐쓸 수 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 하는데 .. 저는 계속 끝없이 대화하면 결국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제가 뭐 안맞는 사람하고 계속 연락을 이어가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 고쳐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굳이 고쳐써야하는 사람을 붙잡지는 않는 편인 것 같아요. 그치만 주변에 저랑 정말 안맞지만 오래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긴 해요.
소수자는 과하게 배려받아야한다.
소수자는 배려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당연하죠. 여성, 노인, 아동,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저소득자, 비주류종교신자 .. 왜냐면 그들도 사람이니까? 굳이 설명할 건 없을 것 같고 .. “과하게”는 더 설명하고 싶어요.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영역에서만 보상하려고 하면 불평등이 빠르게 해소되지 않습니다. 과하게. 과하게 배려해야 불평등이 빠르게 해소됩니다. 필요한 것보다 많이 할당해야해요. 완전히 불평등이 해소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그럼 다수자가 징징거릴텐데 소수자가 탄압받을 때 침묵한 다수자는 저는 좀 닥치라고 해도 괜찮다구 생각해요.
민주주의는 별로다.
좀 위험한 발언인데요, 현실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요, 이상적으로는 솔직히 누군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독재하면 좀 효율적일 것 같아요. 저랑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하면서도 일은 엄청 잘하고 반대는 다 무시하고 ㅋㅎㅎ.. 솔직히 사회가 너무 천천히 바뀌기도 하고 쫄보가 너무 많잖아요. 그냥 하늘에서 철인이 내려와서 이것저것 싹~ 리모델링하고 깔끔하게 사라져주면 좋겠다.
“나는 사회에서 받은 게 없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다 바보다.
교육비. 너가 이용한 대중교통. 너가 다닌 대학에 들어간 정부 지원.. 받은 게 없기는 그게 다 국민 혈세인데 지들이 받을 때는 당연한 거였고 이제 지들이 세금 낼 때 되니까 그게 그렇게 아깝나 .. 어휴
나는 기계다.
넘 스트레스가 많거나 삶이 버거울 때 이렇게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나는 단백질로 이루어져서 호르몬으로 동작하는 기계다 .. 그러면 세상 일이 좀 쉬워지거든요. 지금 있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도 어쨌든 물리 화학 현상이니까 달달한 거 먹고 잠을 좀 자고 운동하면 나아질거야 .. 하면 나아집니다. 여러분 명상하시나요? 가끔 해보세요. 꽤 도움이 됩니다.
나는 좀 별로인.. 기계다.
윗 항목이랑은 좀 다른 맥락이에요. 저는 제 몸이 동작하는 게 별로 맘에 안듭니다. 졸려야 할 때 안졸리고. 가끔 과하게 불안하고, 외롭고, 우울하기도 하죠. 이거 다 너무 별로에요. 전 삶을 재밌게 즐기고 행복하기만 하고 싶거든요. 제가 기계 생명체를 만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암튼, 그래서 저는 제 탓을 별로 안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끔 불행한 건 그냥 뭐 .. 이 인간이라는 게 하자가 많은 기계인 탓이니까. 티비가 애초에 만들어질 때 하자가 있게 만들어져서 가끔 오작동하는데 티비가 우울할 필요 없잖아요? 그니까 뭐 아무튼 제 탓은 아님~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요. 비슷하게 아무튼 너 탓도 아님~하기도 하고요.
우리는 기부해야한다. 다른 모든 행동은 무용하다.
정치적으로 어떤 것을 돈을 쓰지 않고 지지하는 건 저는 완전히 무용하다고 생각해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조금 극단적인 편이에요. 재활용을 권장하는 것도 환경에 결과적으로 나쁘다고 믿어요. 재활용 했으니까 나는 도덕적으로 할 일을 다 했다! 라고 생각하는 게 꼬와서 그래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무언가를 위해 활동하더라도 절대로. 단언컨데 절대로, 이 주제를 평생 전문적으로 배웠으며, 일주일에 40시간 이 주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티끌만큼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일주일을 투자해도 전문가의 10분을 못 이길 수도 있어요. 우리는 그만 깝치고, 전문가들이 굶지 않도록 기부해야합니다. 일주일동안 뭐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하지말고 일주일동안 야근해서 야근비를 기부하세요. 비교우위를 잘 활용합시다.
종교는 좋다.
종교에 적대적인 분들 있던데 대충 왜 그런지는 알겠고 이해하는데 저는 종교 괜찮은 것 같아요. 일부 종교는 좀 문제가 있긴 한데, 문제가 없는 곳이 다수인 것 같음. 그리고 정신적인 유대를 갖고 공동체에 소속되고 이런 거 되게 좋은 것 같은데요? 저도 언젠가 종교 공동체에 소속되어서 꿀을 좀 빨고싶은 생각이 있어요. 반찬을 챙겨준다.. 아는 변호사를 소개시켜준다.. 이런 체리피킹 해보고싶음. 물론 이런 이야기를 들은 진짜 종교 공동체 소속인들은 제 머리 속이 넘 꽃밭이라고 해서 실천하지는 않아요 ㅋㅎㅎ
…
뭔가 더 쓸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쓰다가 지쳤어요 아이구 .. 이게 친구랑 말로 할 때는 누가 옆에서 맞장구도 쳐주고 술도 먹고 하니까 좀 괜찮았는데 혼자 일요일 밤의 피로를 안고 쓰니까 지치네요. 이만큼 썼으면 많이 썼다. 앞으로 이걸 잘 참고해서 저를 이해하도록 하세요!